Great Classics: "On the Beach"

by H.J. Park November 16, 2020
A scene from "On the beach", 1959

kino lorber

On the Beach (1959) is a post-apocalyptic drama directed by Stanley Kramer. Kramer also produced this fine film.  It is based on Nevil Shute's novel of the same name. It stars Gregory Peck, Ava Gardner, Fred Astaire (he's not dancing) and Anthony Perkins. Kramer made socially conscious movies such as The Defiant Ones and Spencer Tracy's last film Guess Who's Coming to Dinner. He was also a proficient producer who made High Noon, Death of a Salesman and The Caine Mutiny. On the Beach depicts the devastating aftermath of a nuclear war. It is emotional as well as cerebral. Some might say it is a sentimental melodrama but it is still a very relevant story to our current world. It received the Golden Globe for Best Score.  

 

핵은 인간에게 있어 이득과 해악의 양날을 지닌 칼이라고 하겠다. 특히 핵의 파괴력은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는 가공할 것인 데도 북한의 김정일과 이란을 비롯해 세계는 핵 군비에 혈안이 되어 있다. 지금 우리는 핵우산 아래에서 살고 있는데도 마치 그 것을 남의 일처럼 여기고 있다.

핵의 가공할 생명 파괴력과 무책임을 경고한 훌륭한 영화 중 하나가 흑백으로 찍은 ‘그날이 오면’(On the Beach·1959)이다. ‘흑과 백’ 과 ‘초대받지 않은 손님’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의식이 강한 영화를 만들어 생전 메시지 감독이라 불렸던 스탠리 크레이머가 제작(그가 제작자로 만든 준수한 다른 영화들로는 ‘하이 눈’ ‘세일즈맨의 죽음’ ‘케인호의 반란’ 등이 있다) 하고 감독한 이 영화는 다소 감상적인 멜로드라마이긴 하지만 핵의 가공할 생명 파괴력을 통렬하게 보여준 훌륭한 작품이다. 원작은 네빌 슈트가 쓴 동명소설. 나는 이 영화를 고등학생 때 서울의 명동극장에서 봤는데 그 때 경험한 충격적이요 쓸쓸한 감정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1964년. 세계에서 핵전쟁이 난 이후. 지구의 북반구는 핵에 의해 인간이 완전히 멸살됐고 바람을 타고 죽음의 재가 서서히 남반구 쪽으로 이동 중이다.

아직도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는 호주. 그러나 이 나라도 앞으로 반년 후면 죽음의 재에 완전히 오염된다.

호주 멜버른 항구에 정박한 미 핵잠수함 ‘소피시’호의 함장 드와잇 타워즈 (그레고리 펙)와 그가 사랑하는 알콜 중독자인 농염한 여인 모이라(에이바 가드너) 그리고 과학자 줄리안 (프레드 애스테어가 춤을 추지 않고 심각한 연기를 한다) 및 젊은 호주 해군장교 피터 (앤소니 퍼킨스)등을 주인공들로 이들과 이들의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다가올 죽음을 맞는지를 센티멘털 하면서도 아름답고 또 계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호주 시민들에게는 방사능에 오염돼 오래 고통 하며 죽는 대신 자살용으로 알약이 공급되는데 레이스 카 운전자이기도 한 줄리안은 약 대신 차고를 밀폐한 뒤 자신의 스포츠카의 시동을 켜 놓고 가스 자살한다. 그리고 피터는 자신의 갓 난 아기를 먼저 영면시킨 뒤 아내와 함께 약을 먹고 침대에 나란히 누워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소로 작별을 고한다.

이 밖에도 건물은 멀쩡하게 남아 있지만 인적은 없는 유령 도시 와도 같은 도시 전경 등 보는 사람의 가슴을 절망과 무기력감으로 짓누르는 장면과 내용을 지닌 매우 염세적인 영화다. 그러나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사람들인 호주 사람들이 죽기 직전까지 사랑하고 낚시하고 노래 부르면서 평소처럼 행동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잔잔하니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영화에는 호주 민요 ‘월칭 마틸다’(Waltzing Matilda)가 끊임없이 나와 멜랑콜리한 기운을 자아내는데 이와 함께 드와잇이 조국에서 함대원들과 함께 죽음을 맞으려고 모이라를 남겨 놓고 멜버른 항구를 떠나 잠수하는 ‘소피시’호를 해변에서 바라보며 전송하는 모이라의 텅 빈 뒷모습 등 콧등을 시큰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여럿 있다. ‘안전지대’(Safety Zone)이라고 적힌 교통 표지판이 멀리 보이는 인적이 끊긴 거리를 보여주는 라스트 신이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과연 누가 전쟁을 먼저 시작했는지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호전적 행위에 의한 핵 전쟁이라기 보다 사고에 의한 핵 참사라는 여운을 남기고 있다.

방사능 오염을 다룬 또 다른 영화들로는 일본의 유명한 ‘고질라’ 시리즈와 미국 영화 ‘뎀1’(Them!)과 마이클  더글러스와 제인 폰다가 주연한 ‘차이나 신드롬’(China Syndrome) 등이 있고 핵전쟁을 다룬 훌륭한 영화들로는 ‘페일-세이프’(Fail-Safe)와 스탠리 쿠브릭이 감독하고 피터 셀러즈가 1인 3역을 한 핵 풍자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Dr. Strangelove) 등이 있다.

핵실험 장소 인근에서 영화를 찍은 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암에 걸려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사에 가장 나쁜 영화 중 하나로 남아있는 ‘정복자’(The Conqueror)다. 파란 눈의 존 웨인이 가느다란 콧수염을 한 징기스칸으로 나오는 이 영화는 미군이 1953년 핵실험을 한 네바다 주 인근의 유타 주에서 핵실험 2년 후에 찍었다.

웨인과 그의 연인으로 나온 수전 헤이워드와 딕 파웰 감독 그리고 조연인 애그네스 모어헤드 및 페드로 아르멘다리스(그는 암에 걸리자 자살했다)를 비롯해 제작진 등 모두 46명이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암에 걸려 사망했다. 그런데 ‘징기스칸’ 이야 말로 목불인견의 영화로 나는 이 영화를 서울의 명보 극장에서 보면서 건맨 웨인이 칼을 휘두르는 징기스칸으로 나와 터무니없는 대사에 볼품없는 연기를 해 콧방귀를 뀌었던 생각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호기심으로 볼만한 영화인데 이야 말로 핵의 재앙과도 같은 영화라고 하겠다.